2008년 04월 08일
도시 서정 - 소리
1. 전철 소리
이사하기 전 할머니 댁에서는 전철이 지상 위로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저 멀리서 전철이 들어옴을 알리는 땡- 땡- 소리가 나고 이어서 육중한 철체의 흔들림이 빠른 속도로 덜그덕 덜그덕 하고 철로를 밟았다. 창을 내다보면 노란 한가위의 달이 떠 있었고, 나는 동생과 달 달 무슨 달 하는 노래를 부르며 전철이 멀리서 지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할머니 댁에 있던 책 중 유일하게 내가 읽을만 했던 책이기에 무료한 휴일에 몇 번이고 다시 읽었던 어린왕자, 어린왕자와 차장의 대화를 떠올리면서 나는 전철이 희미하게 멀리서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조그만 네모난 창들이 일렬로 빠르게 지나가는 광경을 상상하고는 했다.
2. 고동 소리
우리집 뒤에는 8차선 대로가 있다. 가끔 어떤 밤에는 몇 톤 트럭인가가 내는 경적소리가 낮게 부앙- 하고 울릴 때가 있는데 그것은 흡사 배의 고동소리를 연상시킨다. 전면이 유리로 된 내 동생 방의 한쪽 면은 어둠으로 꽉 차 마치 심연같은데 어디서 나는지 모를 경적소리는 나를 동해 어딘가의 어촌마을로 데려간다.
3. 화이트 노이즈
벌써 몇 년 전인가, 남산 위에 서 있던 어느 여름 밤 그가 도시의 소리를 들어보라고 했다. 도시 위 몇백미터쯤에서 듣는 도시의 소리는 어쩐지 아련하고 서정적이었다. 바다에 온 것 같지, 그렇지 않니? 와, 정말.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는 차들의 소리가 넘실넘실, 산 아래를 점점이 채운 명멸하며 흐르는 도시의 불빛 위로 아득하게 흐르고 있었다. 화이트노이즈 같다고 그는 덧붙였고 나는 동의의 뜻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이제 그는 그의 고향인 거대한 미국대륙의 어떤 곳으로 돌아갔고, 나는 아마 그를 다시는 못 보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가 들려준 고요한 도시의 소리는 아직도 내 귓전에 남아있다.
# by | 2008/04/08 22:39 | 창백한 별빛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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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_ 피나님. 흐흐. 고맙습니다. 글 요즘 시간이 없어서 통 못 쓰는데 안 쓰면 안 될 거 같은 그런 순간들이 가끔 와요.
라엣_ 제가 머리 속으로 사진처럼 기억하고 있는 순간들이라서 그런가봐요. 제가 느낀 걸 그대로 느끼신 거라면 기쁘겠어요 ^0^
여우비_ 아이코 부끄럽습니다?;;; 땀땀.
바스티스_ 크 - 그래도 난 음악을 놓진 못해.